5월의 잡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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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글을 씁니다.
매년 겪는 5월의 입시지만 올해는 유독 가파르게 다가온 것 같고, 또 자고 일어나면 이 모든 것들이 갑작스레 끝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바쁘게 느껴집니다. 실제 시간은 똑같이 흐르겠지만, 그냥 제 마음이 빠르게 달려가고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아까 전까지만 하더라도 금방 잠자리에 들까 하다가, 수업을 듣는 아이들에게 짤막하게 편지만 쓰고 자야겠다고 다짐하고 몸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그런데 몇 줄 쓰다 보니 글이 잘 써지지 않았습니다. 할 말은 많은데 뭐라고 표현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 그랬던 것이죠. 입시의 시계로는 분명 6월 모의평가를 목전에 두었기에 긴장감을 위로하는 글이어야 할 진대, 또 강사라면 으레 그런 글을 써야만 할 진대, 그보다는 다른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지 않았을까. 고민 끝에 눈을 질끈 감고 에라 모르겠다, 생각나는대로, 내가 말해주고 싶은대로 써보자 싶어 키보드를 두들겼습니다.
'무엇이 옳으냐, 무엇을 해야 하느냐'하는 원리 원칙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갖고 판단하되, 이를 실천하는데 있어서는 마치 장사하는 사람이 돈벌이를 하는데 지혜를 발휘하듯이 능숙한 실천을 해야 한다.
제가 어린 시절 들었던 한 위정자의 말입니다. 두 발을 땅에 디디고 서 있되, 눈은 하늘을 향하고 머리는 늘 이상을 꿈꾸라고 말하는 거인. 그랬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는 제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거인(巨人)이었습니다. 이후 저는 거인의 어깨에 기대서라도 세상을 보고 싶은 마음에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를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하는 삶을 살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스마트폰과 유튜브를 통해 만날 수 있는 휘발성이 높은 세계가 아닌, 진짜 내가 몸으로 직접 부딪치며 경험해가는 세계, 때로는 느리고 때로는 너무나 진지해서 숨 쉬는 것조차 조심스러운 순간들의 연속인 세계에 관한 흥미로운 소식들을 접하게 됩니다.
그 세계에선 내가 얼마를 벌고, 어느 대학을 나왔으며, 어떤 사회적 위상을 가지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내가 나아갈 길이 분명하게 그려져 있는 세계였고, 그 길을 따라 이어지는 여정에선 오직 '나'라는 사람의 생각과 실천만이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중력보다 강한 어떤 힘을 이기지 못해 지하 10층까지 떨어졌던 어린 시절의 자존감이 그 길을 따라 한 발자국씩 걸음을 옮길 때마다, 내가 '나'라는 사람을 알아가는 만큼, 조금씩 성장하고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 그 길을 따라 걸은 지 10년이 지났습니다. 놀랍게도 나는 아직도 그 길을 걷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남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길을 걷고 있을 때, 미숙하지만 나는 나만의 길을 만들고 걸어갔습니다. 이는 남들은 보지 못하는, 오직 나만이 볼 수 있는 길이요, 나만이 걸을 수 있는 길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누구보다 당당하게, 내가 사는, 살아가는 세상에 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름이 가까워지며 몸에선 열이 나고, 정신은 더더욱 날카로워져 갑니다. 지금 우린 나만의 대학을 찾아가는 장대한 순간에 서 있습니다. 전 그들의 행진을 막을 생각이 없습니다. 오히려 응원하고 또 격려할 생각입니다. 이는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다만 카보테를 이리저리 휘두르는 투우사가 되어, 단선적인 목표만을 향해 돌진하도록 그들을 재촉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길을 걸어가는 그 순간들 속에서, 지금 내가 가는 길이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길인지, 내가 끝내 도달하고 싶은 곳은 과연 어디인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라는 것. 어릴 적 우리 부모가 내게 그랬듯, 내가 가진 특별함을 당분간 잊고 과정이 아닌 결과로만 이야기하는 세상의 끝에 일단 도달하고 나서 고민하자며, 스스로를 거칠게 방치하지 말라는 것.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닌 계속해서 고민하며 길을 걸어가자는 것.
- 이 정도면 내가 그들을 재촉하지 않을 근거가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내가 이해한 서생의 문제 의식과 상인의 현실 감각이 겸비된 삶에 대한 고민에서 내린 일말의 결론이었습니다.
ep.
11월의 어떤 날엔 출근 시간이 늦어지고, 비행기조차 이륙하지 못할 정도로 성스러운 시간이 있습니다.
문득 회중시계를 들어 보니, 오랜 시간 멈춰 있었던 시침과 분침이 얼마 전부터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음을 알았습니다. 더이상 출근 시간은 미뤄지지 않을 것이며, 비행기가 제때 이륙할 날들도 머지 않았음을. 과거에 특별했던 순간들, 정확하게는 특별하다고 믿었던 순간들은 이제 일상 속에 존재하는 훨씬 더 특별하고 위대한 순간들에 묻혀 더이상 빛을 발하지 못할 것임을.
- 저는 가까운 미래에 만나게 될 바로 그 순간에, 자신만의 길을 찾아 걷기 시작했었던 수많은 여행가들을 응원하려고 합니다.
"스스로 빛나게 되었음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심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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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고맙습니다.
심멘. 선생님 ai는 잘 쓰고 계신지요.. 궁금합니다 ㅋㅋㅋㅋ
생글생감서 기테마 1.0부터 애용하겠다고 하셨어요!
오..인강에 나오나요??
넵 생글생감 마지막 강의 중 현대시 파트에서 한 분이 디엠으로 방법을 알려주셔서, 구글링 안 하고 그렇게 하겠다 하셨는데, 그 분이 당신인가 보군요! 성덕이시네요 ㅌㅋㅋㅋ
거인의 어깨에서라도 세상을 보고 싶다던 선생님은, 이제 또 하나의 거인이 되신 것 같습니다.
제가 선생님처럼 살기를 희망하거든요.
국어라는 과목을 초월한 가치를, 국어로써 저희에게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이 존경스럽습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심멘.,,
수능 공부 외에 잡생각, 쓸모없는것들 한번 더
정리하고 치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심멘
유튜브구독자 입니다
생각이 많아지는 글이네요 감사합니다
제가 선생님을 믿고 따르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면모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강사이기 전에 어른이신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심멘
처음 뵙지만 저도 '심멘'하겠습니다